"총알이 날아다녔다" 美 리틀야구 경기장서도 총기 사고 '충격'
2022.07.13 16:34:19

 

리틀야구장에서 총성이 들리자 선수들과 코치가 필드에 엎드려 있다. /사진=미국 CNBC 뉴스 캡처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미국의 총기 문제가 어린 선수들이 뛰는 리틀야구장까지 위협하고 있다.

미국 CNBC는 13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윌슨의 한 리틀야구 경기장에서 지난 주말 난데없이 총성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당시 경기장에 있던 코치와 학부형들은 아이들에게 "엎드려"라는 소리를 연신 질렀다. 학부형과 코치들은 "총알이 어린 아이들 머리 위로 날아 다녔다"고 증언했다. 이번 사고로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리틀야구팀의 첼시 월코트 코치는 "왜 이런 총격이 다른 곳도 아니고 어린 아이들이 야구를 하며 뛰어노는 이곳에서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그는 이어 "나는 총기를 소지하고 다닐 수 있는 면허(Gun carrying license)가 있다. 법률적으로 야구장에도 총을 차고 오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어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리틀야구 경기장에 올 때 권총을 차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보도에 의하면 이 지역 리틀야구 경기장에 총격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도 윌슨 인근에 있는 다른 리틀야구 경기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역 경찰이 현재 이 사건도 함께 조사 중이지만 용의자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일반인의 총기구입과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은 이와 관련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지난 5월엔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에서 총기 사고가 발생해 22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쳤다.

이 사고로 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30년 만에 미 의회를 통과한 총기규제 강화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에는 18~21세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 조회를 위해 미성년자의 범죄 기록 등을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21세 미만 총기 구매자의 정신 건강 상태를 당국이 최소 열흘간 검토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한 데이트 상대를 포함해 가정폭력 전과자에게는 총기 판매를 금지하고, 총기 판매업자에게 신원 조회 의무를 부여했다. 총기 밀매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럼에도 해당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해온 총기규제안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 구매 가능 연령을 현행 18세에서 21세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법안에 담기지 못했다.

미국 '총기범죄기록보관소' 자료에 의하면 13일 현재 올해 미국 내에서 총기사건으로 사망한 숫자는 2만 3410명에 달한다. 이는 2021년 2만 726명을 뛰어 넘는 숫자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미국 내에서 총 1800만 자루의 총기가 팔렸다.

연간 총기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전미총기협회의 강력한 미 의회 로비로 규제가 느슨한 틈을 타 이제 총기는 리틀야구 선수들의 안전까지도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