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성 히어로" 김하성의 전반기, 이미 전성기 강정호 넘어섰다
2022.07.19 21:31:20

 

샌디에이고의 매니 마차도(왼쪽)가 김하성에게 스웨그 체인을 걸어주고 있다. /AFPBBNews=뉴스1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한 김하성(27·샌디에이고)의 2022시즌 전반기가 끝났다.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한 그에게 "언성 히어로(unsung hero·알려지지 않은 영웅)"라는 평가도 나왔다.

김하성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경기에서 8회말 대타로 출전해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샌디에이고는 1-3으로 패하면서 52승 42패,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의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시즌 초 주전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3)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김하성은 많은 출장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에는 큰 부상이 없었음에도 백업 내야수로 쓰이며 117경기 298타석을 소화했으나, 올해는 전반기 만에 83경기 321타석으로 더 많은 타석에 나설 수 있었다.

타격 성적도 좋아졌다. 타율 0.243, 5홈런 31타점 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95, wRC+(조정득점창출력) 102를 기록하며, 지난해 타율 0.202, OPS 0.622보다 타격 생산성 면에서 크게 나아졌다. 리그 평균 wRC+가 100으로 이제 김하성이 타격에서도 제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역 언론으로부터 '필드 위의 마법사'라는 극찬을 받던 수비도 여전했다. 지난해 김하성은 2루(148이닝 0실책), 3루(165⅔이닝 1실책), 유격수(260이닝 4실책)를 소화하면서 DRS(디펜시브 런 세이브) 18개를 쌓았다. DRS는 미국 야구 통계 매체 팬그래프의 수비 지표 중 하나로 개개인의 수비력이 메이저리그 평균 수비수보다 얼마나 높고 낮은지를 점수로 매긴다. 김하성의 18개는 메이저리그 전체 야수 중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올해 DRS는 5로 전체 야수 중 공동 21위에 그치지만, 더 많은 수비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실책은 줄이는 안정적인 수비를 하고 있다. 올해는 3루수로서 171⅓이닝 0실책, 유격수로서 528이닝 4실책을 기록 중이다.

애리조나전 직후 샌디에이고 관련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크레이그 엘스텐은 "전반기 MVP는 매니 마차도, 기량 발전상은 에릭 호스머, 최고의 투수는 조 머스그로브, 언성 히어로는 김하성(1.9 fWAR)"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피츠버그 시절 강정호./AFPBBNews=뉴스1

 

그럼에도 여전히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주전이 아닌 백업 선수에 어울린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KBO리그의 김하성은 연평균 20홈런은 때려내는 공수 겸장의 유격수였으나, 아직 메이저리그에서는 기대했던 공격력이 나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하성은 이미 충분히 메이저리그 주전에 어울릴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선수가 리그에서 어느 정도 위치의 선수인지 보여주는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지표를 보면 김하성의 입지를 알 수 있다.

김하성은 리그 평균 정도의 타격 생산력을 보여주면서도 fWAR(팬그래프 기준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1.9로 주전 선수(fWAR 2.0 이상)에 근접한 수치를 기록 중이다. 샌디에이고 팀 내 야수 중에서도 4위다.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그 야수의 전반기와 비교해도 김하성은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받은 전성기 시절 강정호(35·당시 피츠버그)도 전반기에는 이 정도 fWAR를 쌓은 적이 없다. 강정호는 커리어 하이였던 2015시즌 전반기 fWAR이 1.4였고, 2016시즌 전반기는 1.2에 그쳤다. 후반기 타격이 폭발하며 2015년 3.7, 2016년 2.8로 마쳤으나, 전반기만큼은 김하성이 넘어선 것도 사실이다.

미국 현지 유력 매체들의 평가도 비슷하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타티스 주니어가 돌아와도 유격수는 김하성"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다른 매체 디 애슬레틱은 "샌디에이고는 뛰어난 수비 자원인 김하성이 필요할 것"이라며 트레이드 불가 자원으로 내다봤다.

 

김하성./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