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안타 맹폭격' 타이거즈 유격수 선언 "이젠 1번 아니면 어색해"
2022.08.29 09:58:07

 

KIA 박찬호(가운데).

 

이젠 정말로 1번타자가 천직처럼 여겨진다. KIA 타이거즈의 박찬호(27)가 5번이나 출루에 성공하며 밥상을 제대로 차렸다.

박찬호는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경기에서 KIA의 1번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1회부터 박찬호의 방망이는 불을 뿜었다. 두산 선발 최원준을 상대한 그는 4구째 패스트볼을 공략,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본인의 통산 첫 번째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이었다.

이어 3회에도 우전안타로 득점권 찬스를 만든 박찬호는 5회 다시 해결사의 면모를 보여줬다. 선두타자 류지혁의 2루타로 만든 무사 2루 기회에서 좌익수 쪽에 떨어지는 안타로 2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6회 1타점 2루타로 4안타 경기를 만든 박찬호는 내친김에 히트 포 더 사이클(사이클링 히트)에 도전했다. 팀이 11-6으로 앞서던 7회말 2사에서 그는 좌중간을 가르는 장타성 타구를 날렸다. 지체 없이 3루까지 내달렸지만 중계플레이가 이뤄지면서 태그아웃당하고 말았다.

이날 박찬호는 5타수 5안타 3타점 1득점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 2019년 6월 23일 잠실 KIA전(6타수 5안타)에 이어 2번째 5안타 경기였다. 시즌 타율도 0.281에서 0.291로 크게 올랐다. 그의 활약 속에 KIA는 11-6으로 승리,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KIA 김종국 감독도 "최근 타선이 부진했는데 오늘은 찬스 때마자 집중력을 보였다"며 "리드오프 박찬호가 5안타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고 칭찬했다.

 

KIA 박찬호.

 

경기 후 박찬호는 "첫 타석에 치기 힘든 공을 쳐서 잘 맞지도 않았는데 넘어갔다"며 "오늘은 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타격 기술이 좋아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제가 봤을 땐 운이다"고 단언했다.

마지막 타석에서 3루타를 노린 장면을 떠올린 박찬호는 "치자마자 쳐다도 안 보고 3루까지 갈 생각하고 있었고, (진갑용) 수석코치님도 '치고 나면 무조건 3루까지 뛰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에서 점수를 못 올려놨으면 그럴 상황이 안 만들어졌을 거다"며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지난 2019년 39도루로 도루왕에 올랐던 박찬호는 28일 현재 30도루로 김혜성(키움, 33개)에 이어 도루 2위에 올라있다. "혜성이가 빨리 (차이를) 좀 벌려줬으면 좋겠다.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털어놓은 그는 "3개 차이가 되니 저도 모르게 보인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도루 욕심이) 내가 살 길이다"며 야망을 감추지 못했다.

박찬호는 올해 1번타자로 260타석에 등장, 붙박이 톱타자라고 불러도 무방한 상황이다. 선수 본인도 이를 인정했다. '1번타자가 재밌지 않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이제 1번이 아니면 어색할 것 같다"며 웃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