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문화 간과했다" 노피어 야구 강조하던 외인 감독의 솔직 고백
2022.09.02 18:49:58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

 

KBO리그에서의 두 번째 시즌을 마무리하고 있는 카를로스 수베로(50) 한화 이글스 감독이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수베로 감독은 2일 서울특별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키움 히어로즈와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를 앞두고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문화적인 측면에서 내가 간과한 것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2년 전 한화는 미국에서 젊은 선수들을 잘 육성한 것으로 알려진 수베로 감독에게 리빌딩의 중임을 맡겼다. 부임 당시부터 꾸준히 '노 피어(No fear)', '실패할 자유(Free to fail)'를 강조했다. 리빌딩 팀의 선수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리빌딩은 쉽지 않았다. 한화는 지난해 10위에 이어 올해 역시 115경기 35승 2무 78패로 같은 위치에 머물러 있다. 29경기만 남은 시점에서 9위 삼성 라이온즈와도 13.5경기 차로 벌어져 있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 2년간의 리빌딩 과정을 돌아봐달라는 질문에 "한국에는 2~3타석 안타가 없는 타자는 교체, 3~4경기 등판해 못하면 2군에 가는 등 단기간의 결과에 따라 선수의 가치가 사람의 가치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어릴 때부터 그런 압박을 받으면서 야구를 해왔다는 것을 몰랐다. 실패를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러한 문화에 익숙해진 선수들의 틀을 깨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츰 한화 선수들은 성장해 나갔다. 계속해서 부딪히면서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나타내기 시작했다. 수베로 감독은 "그러한 틀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 극단적인 시프트를 시도했을 때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실패도 많았지만, 차츰 먹히기 시작하고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선수들도 '이렇게 틀에서 벗어난 플레이를 해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서 지금은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하게 됐다"고 흐뭇해했다.

이어 "모든 선수는 각자 가진 재능이 다르다. 그 틀을 벗어나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지켜보려 한다"고 성장을 기대했다.

한화는 전날(1일) 안우진에 이어 에릭 요키시라는 또 다른 에이스급 투수를 상대한다. 수베로 감독은 "어제 안우진 공략은 실패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요키시는 한국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은 재능이 뛰어난 투수다. 그런 좋은 투수들은 실패에 좌절하기보다는 그런 실패를 통해 더 큰 성장을 하는데 오늘 요키시가 그런 실수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