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1차지명, 데뷔전 선발승→2군 다승왕→임의탈퇴→수술&재활→방출
2022.10.13 11:09:43

 

2014년 1차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임지섭. / OSEN DB



[OSEN=한용섭 기자]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였다. KBO 역대 4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 기록을 세우며 멋지게 출발했다. 그러나 제구 난조의 벽에 부딪혔다. 방황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돌아왔지만 수술 후 재활을 하다가 공을 내려놨다.

LG는 12일 방출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8명의 선수 중 비운의 1차지명 투수 임지섭(27)도 포함됐다. LG 팬들의 애증의 선수였다.

임지섭(27)은 2014년 1차지명으로 LG에 입단했다. 좌완으로 150km 가까운 빠른 볼을 던지는 매력이 있었다. 개막 2번째 경기에 깜짝 선발로 나서 5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2006년 류현진 이후 8년 만에 데뷔전 선발승을 기록한 고졸 신인 투수가 됐다. 역대 4번째 진기록이었다.

그러나 데뷔 첫 해 승리는 1승이 전부였다. 1군에서 4경기 출장에 그쳤다. 데뷔전 이후 3경기에서 9⅔이닝 13볼넷 평균자책점 9.31로 부진하며 제구력 숙제를 떠앉고 2군에 내려갔다. 이듬해 1군에서 8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6.25를 기록했는데, 31⅔이닝 36볼넷으로 제구력 문제는 계속됐다.

빠른 군 입대를 선택했다. 2016~17년 상무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했다. 2017년 18경기에서 11승 4패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하며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다승 1위,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94이닝을 던지며 117탈삼진 48볼넷, 제구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데뷔 후 3년 동안 이닝 보다 많았던 볼넷 수가 획기적으로 줄었다.

드디어 ‘감’을 잡은 것으로 보였다. 제대 후 기대를 모았으나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2018년 1군에서 2경기에 등판해 4⅔이닝 11피안타 3피홈런 7볼넷 13실점, 평균자책점 25.07이었다. 2019년에는 8경기(6⅔이닝)에서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제구력 문제를 해결하고자 2군에서 수 차례 투구폼 수정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답보 상태였다.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았지만, 기대와 달리 터뜨리지 못했다. 몸과 마음이 지쳐갔고, 야구에 흥미를 잃어 갔다. 임지섭은 2019시즌이 끝나고 구단에 ‘은퇴’를 꺼냈다. 구단은 선수와 상의해 휴식기를 갖기로 했다.

LG는 2019년 11월 KBO에 임지섭의 임의탈퇴를 요청하며, “선수가 투수로서 한계를 느껴 당분간 휴식기를 갖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구단은 선수 본인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다시 야구를 하고 싶어 돌아오면 1년 후에 언제라도 복귀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황은 1년으로 충분했다. 임지섭은 2020년 12월 LG 구단에 복귀 의사를 밝혔고, LG는 KBO에 임지섭의 임의 탈퇴 해제를 요청해 복귀시켰다.

그러나 다시 시련이 있었다. 2021년 1월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다. 최소 1년간 재활이 필요했다. 힘든 재활 시간은 길어졌고, 올 시즌에도 임지섭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고 복귀했지만, 곧장 수술과 재활의 힘든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방출 명단에 포함됐다.

1군 통산 22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7.49을 기록했고, 퓨처스리그에서는 66경기 19승 12패 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했다.

차명석 단장은 임지섭의 방출에 대해 “선수 본인이 힘들어하고, 다시 한번 해보려고 노력을 했는데 잘 안 됐다”고 전했다. 일찌감치 병역 의무를 마쳤고 20대 후반의 나이, 1차지명 투수는 끝내 날개를 펼치지 못한 채 방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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