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역풍’ 추신수의 작심발언, 안우진도 이강철호도 모두 상처만 입혔다
2023.01.24 11:01:02

SSG 추신수. / OSEN DB


[OSEN=한용섭 기자] SSG 랜더스 추신수의 '소신 발언’이 거센 역풍을 불러왔다.

추신수를 향한 팬들의 분노와 함께 추신수의 의도와는 달리 안우진(키움)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모두 상처를 입고 말았다.

오프 시즌 미국에서 지내고 있는 추신수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WBC 대표팀 구성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추신수의 발언은 곧장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거리가 됐다.

추신수는 “일본은 국제대회를 하면 새로운 얼굴들이 많다. 우리는 김현수를 비롯해 김광현, 양현종 등 베테랑이 많다. 충분히 실력있는 선수들이지만, 나라면 당장 성적 보다는 미래를 봤을 것이다”며 안우진, 문동주 등 젊은 투수들에게 대표팀 기회를 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우진은 지난해 30경기(196이닝)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1위), 탈삼진 224개(1위)를 기록하며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올라섰다. 2관왕과 함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누구라도 대표팀으로 뽑고 싶은 투수다.

그런데 안우진은 ‘학교 폭력’ 가해자 이력이 있다. KBO는 이로 인해 안우진을 대표팀에 뽑지 않았다. 추신수는 “안우진은 분명히 잘못된 행동을 했다. 어릴 때 잘못을 저질렀지만 지금은 뉘우치고 처벌도 받고 출장정지 징계도 받았다. 그런데 국가대표로 나갈 수 없다.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안우진이 과거 피해자들(후배)과 합의하고 진심으로 뉘우치고 용서를 구했으나, 과거 잘못을 완전히 정리하지는 못했다. 학교 폭력을 두고 대다수 팬들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었다.


키움 안우진. / OSEN DB


안우진을 뽑는다면 경기 외적인 문제에 휩싸이고, 비난 여론으로 대표팀 전체 분위기가 위축될 수 있다. 기술위원회와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끝까지 고심한 끝에 ‘안우진 제외’를 결정했다. 

추신수는 ““많은 선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이가 많다고 선배가 아니다. 이렇게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 후배가 있으면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고 격정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과만 놓고 말을 해선 안 된다.

기술위원들은 지난해 시즌 초반부터 언론 관계자들에게 안우진이 대표팀 발탁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일부 선배들은 안우진의 대표팀 선발을 위해 드러내지 않고 노력을 했지만, 최종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추신수는 안우진을 돕겠다고 소신있게 말을 했겠지만, 오히려 안우진을 향한 팬들의 비호감이 늘어나게 했다. 


WBC 대표팀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우석, 이강철 감독, 양의지, 김하성(왼쪽부터). / OSEN DB


대표팀 구성을 비판한 추신수의 발언은 이강철 대표팀 감독과 대표팀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미 최종 엔트리가 발표됐고, WBC 대표팀 합숙 훈련을 20여일 앞두고 논란에 불을 지폈다.

대표팀에는 안우진과 문동주는 없지만 젊은 선수들도 다수 출전하고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도 있다. 성적과 미래를 동시에 바라본 대표팀 구성이었다. 

대표팀은 2013년 3회 WBC와 2017년 4회 WBC에서 잇따라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많은 부담을 안고 있다. 숙명의 한일전도 치러야 한다.

KBO는 2021년 도쿄올림픽 노메달로 실망한 팬과 국민들에게 WBC에서 좋은 성적으로 야구 인기를 회복시키고자 하고 있다. 추신수의 발언이 자칫 역효과를 일으킬지 우려된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