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적 있는' 공포의 6할 타자, 메이저리거마저 밀어내고 주전 등극할까
2023.02.25 20:18:06

김혜성./사진=뉴스1

 

아무리 스프링캠프 중 연습 경기라지만, 타격감이 무시 못 할 정도로 뜨겁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국가대표팀의 '백업 내야수' 김혜성(24·키움 히어로즈)의 이야기다.

김혜성은 2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콤플렉스 베테랑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KT 위즈와 연습경기에서 9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이날은 되도록 많은 대표팀 선수의 경기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소형준(KT), 곽빈, 정철원, 양의지(이상 두산 베어스)가 KT 소속으로 나섰다. 첫 타석을 뜬 공으로 물러난 김혜성은 두 번째 타석에서 소형준을 상대로 좌중간 1타점 3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후 곽빈과 정철원에게 우익수 옆 안타를 신고했고 8회 김건웅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때려내면서 4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이로써 김혜성은 최근 치러진 대표팀 4경기에서 타율 0.643(14타수 9안타)을 마크하며 공포의 9번 타자가 됐다. 앞선 경기에서는 17일 KT전 4타수 1안타, 20일 KIA 타이거즈전 3타수 3안타 3타점, 24일 KT전 2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이번 대표팀은 메이저리그 선수만 두 명이 포함된 황금 내야진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유격수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 2루수 토미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모두 공·수·주에서 메이저리그 평균 이상을 해주는 내야수들이다. 그 탓에 KBO 최고의 유격 수비에 지난해 잠실야구장에서 25홈런을 때려낸 오지환(30·LG 트윈스)마저 백업이 확실시된다.

김혜성은 외야까지 가능한 만능 유틸리티로 활약할 예정이었으나, 연일 맹타를 휘두르면서 이강철 대표팀 감독도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단기전에서 타격감이 좋은 타자를 벤치에만 썩혀놓는 것은 사치이기 때문.


2020 도쿄올림픽 당시 김혜성./사진=뉴스1


더군다나 김혜성은 이미 대회 시작 전 백업으로 예상되다 결국 주전으로 대회를 마무리한 흥미로운 전적이 있는 선수다. 그의 첫 성인 국가대표팀 승선이었던 2020 도쿄올림픽이 딱 그랬다. 당시 김혜성은 처음 발탁되긴 했으나, 박민우(NC), 최주환(SSG)에 이은 3번째 2루 옵션으로 여겨졌다. 또한 2021년 전반기만 해도 아직 주전 유격수로서 입지가 확고한 것은 아니어서 유틸리티 플레이어 느낌이 더 강했다.

그러나 박민우가 불미스러운 일로 대표팀에서 하차하고 최주환의 몸 상태가 제때 올라오지 않으면서 김혜성은 대회 첫 경기부터 주전으로 나서게 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김혜성은 미국전 3타수 3안타를 포함해 대회 6경기(4선발)에서 무려 타율 0.615(13타수 8안타)를 기록했다. 당시 대표팀은 4위에 머물며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국가대표 2루수 김혜성의 발견은 몇 안 되는 소득이었다.

물론 이번에는 도쿄올림픽 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주전 키스톤 콤비 김하성, 에드먼에게 별다른 이상징후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두 사람 모두 태극마크에 대한 강한 의지로 조기 합류까지 결정지은 상태다. 하지만 김혜성의 빠른 발과 뛰어난 콘택트 능력은 승부치기 등 변수가 많은 단기전에서 대표팀에 꼭 필요한 무기임은 분명하다. 만약 김혜성이 대회 시작 직전까지 타격감을 유지하고 두 메이저리거 중 한 명이라도 컨디션이 제때 올라오지 않는다면 주전으로 등극할 가능성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