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시간 동안 원팀이 됐다”…기체 결함의 전화위복, 비온 뒤 땅 굳었다
2023.03.01 19:41:38

 

[OSEN=인천공항, 김성락 기자]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전지훈련을 마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이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대표팀 이강철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3.03.01 /ksl0919@osen.co.kr



[OSEN=인천공항, 이후광 기자] 예상치 못한 기체 결함으로 미국에서 한국까지 35시간이 소요된 한국 WBC 야구대표팀. 그러나 이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선수단은 힘든 시간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를 팀워크를 다지는 계기로 만들었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전지훈련을 마친 한국 WBC 야구대표팀 후발대가 우여곡절 끝 1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강철 감독, 김민재, 심재학 코치를 비롯해 이정후, 김광현, 고영표, 최정 등 선수 9명은 2터미널, 김민호 코치와 김현수, 고우석, 곽빈 등 선수 9명은 1터미널을 통해 무사히 고국 땅을 밟았다. 코칭스태프 4명, 선수 9명으로 구성된 선발대는 이날 오전 5시 귀국을 완료. 

당초 대표팀은 3개 조로 나뉘어 투손에서 LA로 이동해 LA에서 2대의 인천행 비행기에 나눠 탑승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을 비롯해 김광현, 이정후 등을 태운 현지 국내선 항공편이 기체 결함 탓에 이륙하지 못했고, 이들은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를 통해 LA로 이동했다. 비행기로 1시간이면 충분히 갈 길을 7시간을 넘게 달리게 된 것. 다행히 KBO가 빠르게 대체 항공편을 찾으며 후발대는 예정보다 12시간 가량 늦은 1일 오후 6시 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OSEN=인천공항, 김성락 기자]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전지훈련을 마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이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대표팀 고영표, 이정후가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2023.03.01 /ksl0919@osen.co.kr



공항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무려 35시간이 걸려 한국에 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이는 대표팀에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이 감독은 “일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선수들의 좋은 모습을 많이 봤다. 원팀이 돼가는 걸 느꼈다”라며 “35시간 동안 동행했는데 서로 많이 도와주고 챙기는 모습을 봤다. 불평, 불만 없이 잘 따라준 점이 좋았다”라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투손 전지훈련의 성과도 높이 평가했다. 악천후로 인해 연습경기가 두 차례 취소됐지만 이 감독은 “지금 이 시기에 몸을 빨리 만드는 게 쉽지 않은데 다들 너무 잘 만들어왔다. 무엇보다 부상 없이 훈련을 잘 치르고 온 걸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날씨도 안 좋고 여러 상황이 있었는데 부상 없이 컨디션을 어느 정도 끌어올리고 온 걸 가장 큰 성과로 본다”라고 말했다. 

캠프 기간 내내 우려를 표했던 투수조의 컨디션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감독은 “마지막 연속 불펜피칭하면서 선수들이 자극을 많이 받은 것 같더라. 많이 올라온 모습을 봤다”라며 “미국에서 날씨 영향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일본에서는 다를 것으로 본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바라봤다.

 

[OSEN=인천공항, 김성락 기자]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전지훈련을 마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이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대표팀 고영표가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2023.03.01 /ksl0919@osen.co.kr



대표팀은 이날 ‘빅리거 듀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입국하며 2일 고척돔에서 마침내 완전체로 훈련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이 감독은 “김하성이 우연치 않게 옆에 타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에드먼에 대해서 많이 물어봤는데 자기보다 훨씬 좋은 선수라고 하더라. 잘한다고 들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전지훈련 악천후에 기체 결함까지 발생하며 본선을 치르기도 전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친 대표팀. 그러나 이 감독은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2021년 KT 우승할 때도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우승을 했다”라며 “앞으로 이제 좋은 일만 있을 것이다. 선수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35시간을 왔다”라고 비온 뒤에 땅이 단단히 굳었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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