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에이스, 영업사원 포수...체코 대표팀의 다양한 본업.txt
2023.03.03 01:37:56

체코 WBC 대표팀. / MLB.com 홈페이지


[OSEN=한용섭 기자] 체코는 야구 보다는 아이스하키, 축구가 더 유명한 국가다.

MLB.com은 2일(이하 한국시간) “체코 야구팀은 당신의 마음을 훔칠 것이다’는 제목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처음으로 출전하는 체코 야구 대표팀을 집중 소개했다. 체코는 WBC B조에서 한국, 일본, 호주, 중국과 경기를 치른다. 

체코는 WBC 유럽 예선에서 극적으로 본선 티켓을 따냈다. 예선 첫 경기에서 스페인에 7-21 콜드 게임 패배를 당했다. 패자조로 밀렸으나 프랑스와 독일을 꺾고 패자 결승에서 다시 스페인을 만났다. 전직 메이저리거,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이 포진된 스페인 상대로 3-1로 승리하는 대이변을 만들었다.

MLB.com은 “거의 모든 선수가 아마추어리그인 체코 엑스트라리가에서 뛰고 있고, 1952년 이후로는 메이저리거를 배출하지 못했다”며 “체코 대표팀 선수들은 거의 모두 직업을 갖고 일과 가족 생활을 하면서 훈련 시간을 짜내서 야구를 한다”고 체코 대표팀을 소개했다.

에이스 투수 마틴 슈나이더는 소방관이다. 2021년 뉴욕 메츠 산하 트리플A에서 뛰었던 포수 마틴 체르벤카는 현재 세일즈맨이다. 주장 페트르 짐마는 재무 애널리스트다.

중견수 아르노스트 두보비는 고등학교에서 지리를 가르치는 교사다. 피츠버그 마이너리그 출신의 투수 마렉 미나릭은 지금은 부동산 일을 하고 있다. 투수 루카스 에르콜리는 미디어 코디네이터다. 감독을 맡고 있는 파벨 하딤의 본업은 신경과 전문의다.


체코 WBC 대표팀의 에이스 투수 마틴 슈나이더. / MLB.com 홈페이지


체코는 예선에서 스페인에 콜드 게임을 당했지만, 홈런 3방을 때리며 다소 위안을 얻었다. 두보비는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경기 후반에 우리는 득점을 냈고, 모두를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을 가졌다”고 회상했다. 체코는 WBC 티켓이 걸린 패자 결승에서 다시 스페인을 만났다. (스페인은 승자 결승에서 영국에 패배했다. 영국도 WBC에 출전한다)

MLB.com은 슈나이더를 체코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유격수이자 투수로 소개했다. 하딤 감독은 체코 리그에서 주로 구원 투수로 뛰고 있는 슈나이더에게 스페인전을 앞두고 “선발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승부수였다.

슈나이더는 “헤이, 내가 누군지 알잖아. 내일 야구장에서 죽을 각오로 던지겠다. 결정은 감독 당신의 몫이다”고 답했다. 슈나이더는 6⅓이닝 1실점으로 인생투를 펼쳤고, 타자들의 홈런 2방(역전 투런, 쐐기 솔로)이 터지며 극적으로 이겼다.

체코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를 거둔 선수들은 기쁨과 흥분의 세리머니를 즐겼다. 그러나 일부 선수는 승리를 즐길 사이도 없이 재빨리 짐을 챙겨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체르벤카는 “다음날 출근해야 하기 위해서 일찍 떠나야 했다”고 말했다. 대회는 독일에서 열렸다.


체코 WBC 대표팀의 포수 마틴 체르벤카. / MLB.com 홈페이지


두보비는 “직업을 갖고 야구와 개인 생활을 하는 것은 을 정말 힘든 일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오후 4시에 일이 끝난다. 오후 5시부터  2~3시간 훈련을 한다. 그런 다음 집에 가서 가족이나 여자 친구,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러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우리가 돈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야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체르벤카는 평균 하루는 오전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사무실에 도착하여 오후 4시까지 일을 한다. 그는 “집에 돌아와 운동을 하고 저녁을 먹고 훈련하러 간다. 보통 오후 8시~8시반에 시작해 밤 10시반~11시에 끝난다”고 설명했다.

MLB.com은 “슈나이더의 일정은 더 미쳤다. 소방관으로서 24시간 근무를 하고 나서 48시간을 쉰다. 엑스트라리가의 정규 시즌의 1/3은 뛰지 못한다는 뜻이다”로 전했다.

에르콜리는 “나는 우리가 광신도 같다고 말한다. 우리는 일을 희생하고, 가족이나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얻는 돈은 거의 없다. 우리는 단지 야구를 사랑하기에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코 WBC 대표팀의 투수 루카스 에르콜리. / MLB.com 홈페이지


MLB.com은 “다음 주 도쿄에서 B조 경기가 시작되면, 체코의 8강 진출은 거의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전 메이저리거 에릭 소가드가 체코 대표팀에 합류할 에정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오타니 쇼헤이, KBO리그 MVP 이정후와 같은 슈퍼 스타들이 라인업에 포함된 일본과 한국 상대로 어려움을 겪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고 전했다.

짐마는 “우리는 많은 열정을 갖고 있다. 싸우는 것을 좋아하고, 지는 것을 싫어한다. 우리는 실제로 일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왼손 투수인 에르콜리는 국제 유스 대회에서 오타니와 상대한 적이 있다. 오타니가 2루타, 볼넷을 기록했다. 그는 WBC에서 오타니와 만나면 상대할 비책을 미리 정해뒀다.

"오타니 상대로 몸쪽 직구를 던져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겠다. 홈런을 칠지, 못 칠지"라고 말한 에르콜리는 가능성을 꿈꾸며 "삼진 결정구는 슬라이더다. 아마도 오타니는 몸쪽 직구에 이어 백도어 슬라이더를 상대할 것이다.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공언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