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의 악몽'으로 끝난 애리조나 '22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
2023.11.02 19:31:52


월드시리즈 2경기에 등판해 모두 홈런을 허용한 폴 시월드 /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22년을 기다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이 결국 '시월드의 악몽'으로 막을 내렸다.

애리조나는 2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0-5로 패했다. 시리즈 전적 1승 4패를 기록한 애리조나는 홈에서 텍사스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 달성 순간을 지켜봐야 했다.

텍사스 원정에서 1승 1패를 기록하고 홈으로 돌아온 애리조나는 3차전(1-3), 4차전(7-11)을 모두 내주고 벼랑 끝에 몰렸다. 팀의 운명을 짊어지고 5차전 선발로 나선 잭 갤런은 가을야구 최고의 투구를 펼치며 희망의 불씨를 살려나갔다.

갤런은 1회 초를 뜬공-땅볼-삼진으로 삼자범퇴 처리하며 깔끔하게 출발했다. 2회는 삼진과 땅볼 2개로 단 7구 만에 처리했고, 3회 역시 땅볼-뜬공-땅볼로 7구 만에 이닝을 정리했다. 4회 초에는 선두타자 마커스 시미언의 날카로운 타구를 유격수 헤랄도 페르도모가 호수비로 처리해 노히트 행진이 이어졌다. 코리 시거를 1구만에 땅볼, 에반 카터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으로 처리한 갤런은 거침 없이 이닝을 지워나갔다.

5회 초 갤런은 뜬공 2개로 2아웃을 잡은 뒤 나다니엘 로우를 상대로 볼넷을 내줘 첫 출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다음 타자 조나 하임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기세를 올린 갤런은 6회 역시 땅볼-뜬공-삼진으로 정리하며 6이닝 노히트 행진을 이어갔다.

 


6이닝 노히트 역투를 펼친 잭 갤런 /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야속한 애리조나 타선은 1회부터 5회까지 매 이닝 득점권 찬스를 잡고도 선취점을 내지 못했다. 결국 단단하게 버티던 갤런도 7회 흔들렸다. 7회 초 선두타자 시거에게 첫 안타를 허용한 갤런은 다음 타자 카터에게 2루타를 맞고 무사 2, 3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미치 가버에게도 안타를 맞은 갤런은 선취점을 내줬다.

이어지는 무사 1, 3루 위기에서 갤런은 조시 영을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날 자신의 미무를 마쳤다. 바통을 이어받은 투수는 이번 포스트시즌 9경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던 철벽 불펜 케빈 긴켈이었다. 긴켈은 로우를 상대로 1루 땅볼을 유도해 3루 주자를 홈에서 지웠다. 이어 2사 1, 2루에서 하임을 파울 뜬공으로 처리해 추가 실점 없이 7회를 마무리했다. 승계 주자를 실점 없이 처리한 긴켈의 호투로 선발 갤런의 최종 기록은 6⅓이닝 3피안타 6탈삼진 1볼넷 1실점이 됐다.

긴켈은 8회 초 1사 후 트래비스 얀코스키에게 볼넷, 시미언에게 안타, 시거에게 볼넷을 내줘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더이상 흔들리지 않고 카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가버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8회를 정리했다. 1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긴켈은 포스트시즌 무실점 행진을 10경기(11⅔이닝)로 늘렸다.

 


포스트시즌 '미스터 제로'에 등극한 케빈 긴켈 /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갤런과 긴켈의 역투에도 애리조나는 8회 말 공격까지 0-1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애리조나는 1점 차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마무리 폴 시월드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최악의 수가 되고 말았다.

시월드는 영과 로우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하임에게 중전안타를 맞았고, 여기서 중견수 알렉 토마스가 타구를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저질러 2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스코어가 0-3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시월드는 레오디 타베라스를 파울팁 삼진으로 처리하며 어렵게 첫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이어 얀코스키를 1루 땅볼로 처리해 2번째 아웃카운트까지 올린 시월드는 마지막 난관을 넘지 못했다. 2사 3루에서 전날 홈런을 기록했던 시미언에게 2구째 패스트볼이 높게 몰렸고 결국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쐐기 투런포를 허용했다. 8회까지 0-1로 팽팽했던 승부는 9회 어느새 0-5까지 벌어졌고, 경기는 그대로 종료돼 텍사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끝났다.

 


악몽으로 끝난 시월드의 월드시리즈 /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올 시즌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45경기 3승 1패 21세이브 평균자책점 2.93을 기록하며 마무리로 활약했던 시월드는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애리조나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후 20경기 1패 13세이브 평균자책점 3.57로 뒷문을 지킨 시월드는 애리조나의 가을야구 진출에 기여했다.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시월드의 투구는 완벽했다. 8경기에 등판해 8이닝을 소화하며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1승 6세이브를 수확한 시월드의 활약으로 애리조나는 2001년 이후 22년 만의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시월드는 가장 중요한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1차전 5-3으로 애리조나가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시월드는 9회 말 1사 1루에서 시거에게 통한의 동점 투런포를 허용했다. 애리조나는 결국 11회까지 가는 연장 승부 끝에 미겔 카스트로가 아돌리스 가르시아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5-6으로 패했다. 시리즈의 운명을 가른 승부였다.

2차전부터 4차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시월드는 팀의 운명이 걸린 5차전에서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결국 또다시 쐐기 투런포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시월드의 생애 첫 월드시리즈 경험은 악몽이 됐고 애리조나의 우승 도전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