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오승환 평행이론, '작은 키-파이어볼러' 똑 닮은 돌부처 ML 성공사례는 '후계자'의 희망
2024.01.05 17:00:10

[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고우석(왼쪽)과 오승환. /사진=AFPBBNews,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식 SNS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가상)을 입은 모습. /사진=클러치 포인트
2016년 세인트루이스 시절의 오승환. /AFPBBNews=뉴스1

어린 나이에도 한국에서 우승반지, 개인 타이틀 등 많은 업적을 낸 고우석(26)이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도전한다. 이미 빅리그에서 성공했던, 자신과 닮은 선배가 있어 그 길을 따라가야 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4일(한국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우완 불펜 투수 고우석과 2+1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과 2026년 구단과 선수간 합의를 통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상호 옵션이 포함된 계약이다.

디 애슬레틱 등에 따르면 고우석은 보장액 450만 달러(약 59억원)를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올 시즌 175만 달러(약 23억원)에 이어 2025시즌에는 연봉 225만 달러(약 29억원)를 받는다. 또한 상호 옵션 발동 시 고우석은 2026시즌 연봉으로 300만 달러(약 39억원)를 수령할 수 있다. 기록 관련 보너스 등을 충족한다면 최대 총액 940만 달러(약 123억 2000만원)를 받을 수 있다.

원소속팀 LG 역시 같은 날 "고우석 선수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축하한다. 고우석 선수는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잘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로 활약하길 기대한다. 고우석 선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고우석. /사진=뉴시스

고우석은 LG 구단을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준 LG트윈스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샌디에이고 구단에도 감사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좋은 모습으로 모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갈산초-양천중-충암고를 졸업한 고우석은 2017년 LG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첫 시즌부터 1군 25경기에 등판해 가능성을 보여준 그는 이듬해 56경기에서 3승 5패 3홀드 평균자책점 5.91의 성적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이어 2019년에는 팀의 마무리투수 역할을 맡아 65경기(71이닝)에서 8승 2패 35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52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2020년에는 평균자책점이 4.10으로 상승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고우석은 다음 시즌 63경기에서 1승 5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17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반등에 성공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2년에는 61게임에서 60⅔이닝을 던지며 4승 2패 42세이브 1.48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특히 세이브에서는 2위 김재윤(당시 KT, 33세이브)을 큰 차이로 제치고 생애 첫 타이틀을 차지했다.


고우석이 지난해 3월 오릭스와 연습경기에서 목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승승장구하던 고우석은 지난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3월 열렸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우측 어깨 회전근개 근육 염증으로 인해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고, 시즌 중에도 허리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는 4패를 기록했다. 이에 결국 고우석은 시즌 44경기에서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이라는 성적을 냈다. KT와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패전에 이어 3차전에는 블론세이브를 기록했지만, 5차전에서 끝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팀의 29년 만의 우승에 기여했다.

LG에서 이번 시즌을 맞이할 것으로 보였던 고우석은 지난해 11월 중순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을 받으며 빅리그 도전을 시작했다. 결국 구단과 상의 후 해외 진출 허락이 떨어졌고, 친구이자 처남인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날 포스팅 신청에 들어갔다. 그러나 한동안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았고, 시간만 흘러가 마감기한(1월 4일 오전 7시)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가 손을 내밀었고, 결국 극적으로 메이저리그행이 확정됐다.


애리조나 시절 김병현.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한국인 불펜투수는 몇몇 있다. 대표적으로 김병현(45·은퇴)이 있다. 성균관대 재학 중이던 1999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해 그해 빅리그 무대를 밟은 그는 9시즌 통산 54승 60패 86세이브 21홀드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했다. 2000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거뒀고, 특히 2002년에는 72경기에 등판해 8승 3패 36세이브 평균자책점 2.04로 내셔널리그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하지만 김병현은 언더핸드 투수인데다 KBO 리그를 거치지 않은 케이스여서 고우석과는 다르다. 그런 면에서 김병현 다음으로 성공한 사례인 '돌부처' 오승환(42)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과 일본에서 이미 커리어를 많이 쌓은 그는 2016년 34세의 나이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아시아권에서야 '돌직구'로 휩쓸고 다녔지만 빅리그에서 통할 지는 미지수였다.

오승환은 첫해 76경기에서 79⅔이닝을 소화하며 6승 3패 19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1.92라는 엄청난 성적을 올렸다. 많은 나이와 아시아리그 경력에도 내셔널리그 신인왕 6위에 올랐다. 시즌 시작만 해도 추격조였지만 점점 위상이 올라갔고, 결국 마무리투수 트레버 로젠탈의 부진 속에 클로저 자리까지 올라갔다.


세인트루이스 시절의 오승환(오른쪽). /AFPBBNews=뉴스1

다음 시즌 20세이브를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이 4.10으로 상승했던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와 재계약을 맺지 못했다. 2018년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콜로라도 로키스를 거쳐 73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2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2.68로 반등에 성공했다. 빅리그에서 4시즌 통산 232경기에서 16승 13패 42세이브 45홀드 평균자책점 3.31의 성적을 거둔 그는 2019년 친정팀인 삼성 라이온즈로 컴백했다.

오승환과 고우석은 투수치고는 작은 키(오승환 178cm / 고우석 182cm)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패스트볼을 뿌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고우석을 오승환의 후계자로 꼽는 시선도 많다. 고우석은 이에 대해 "경쟁 상대라는 말 자체를 듣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커리어로 따라갈 수 없는 선배님이다. 외부에서 '경쟁 상대다, 비슷하다'는 말을 꾸준히 듣고 넘어서려면 제가 더 발전해야 한다. 결과로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에 고우석의 성공적 빅리그 연착륙을 내다볼 수 있다. 여기에 다소 많은 나이에 메이저리그 문을 두들겼던 오승환과 달리 고우석은 26세라는, 선수로는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 도전한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샌디에이고는 현재 마무리투수가 공석이다. 지난해 33세이브와 1.28의 평균자책점으로 뒷문을 탄탄하게 지켰던 좌완 조시 헤이더(30)가 FA 시장에 나갔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필승조 로버트 수아레즈(33), 그리고 일본 퍼시픽리그 구원왕(2019, 2022, 2023년) 출신의 좌완 마쓰이 유키(29)와 함께 고우석이 유력 후보군이다. 누구 하나 앞서나가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고우석이 클로저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고우석.

고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