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자처한 김현수 "나는 슈퍼 꼰대다...박수칠 때 떠나지 말고 끝까지 해야 돼"
2024.01.31 17:04:45

LG 트윈스 김현수 / 사진=뉴스1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나는 엄청난 꼰대다"

LG 트윈스의 통합 우승에 기여한 베테랑 외야수 김현수(36)가 최근 '배구 여제' 김연경의 유튜브 채널 '식빵언니 김연경'에 출연해 악역을 자처하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김현수는 '구단 유튜브를 보내 잔소리를 많이 하더라'라는 김연경의 말에 "(나는) 강압적으로 하는 스타일"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어 '말을 잘 안듣는 후배는 어떻게 대하냐'는 질문에 김현수는 "워낙 (내가) 무섭게 하니까 (말을) 안 듣진 않는데 좀 게으른 선수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 계속 매일 늦거나 매일 아무것도 안하는 선수들에게 항상 뭐라고 한다"고 밝혔다.

김현수는 '본인이 생각했을 때 꼰대다?'라는 질문에 "슈퍼 꼰대, 엄청난 꼰대다"라고 인정했다. 그는 "내가 인정하든 안 하든 후배들은 다 꼰대라고 생각할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선배여도 꼰대라고 생각할 것 같다"며 "어차피 선배들이 한마디 하면 다 잔소리가 된다. (잔소리하는) 그거 (선배들이) 다 피해서 하면 팀이 엉망이 된다"며 자신이 자처해서 악역을 맡은 이유를 밝혔다.

 


스스로 꼰대임을 인정한 김현수 / 사진=유튜브 '식빵언니 김연경' 캡처


김현수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신고선수(현 육성선수) 신화'의 주인공이다. 2006년 두산 베어스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김현수는 쉴 새 없는 노력으로 리그 최고의 '타격 기계'가 됐고 2016년에는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성공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2시즌 동안 뛰고 국내로 돌아온 김현수는 LG와 FA 계약을 맺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시즌 동안 꾸준히 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김현수는 LG의 팀 문화를 바꿔놓은 모범적인 베테랑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체육관 관장'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항상 구장에 일찍 나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김현수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후배들이 따라하며 하나의 팀 문화가 됐다. 그라운드 안에서 안일한 플레이를 하는 후배들에게는 따끔한 질책을 가하고 팀 분위기가 느슨해지지 않게 독려한다.

그러면서도 연봉이 낮은 후배들에게 자신이 구매한 장비를 아낌없이 나눠주기도 하는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착한 잔소리꾼' 김현수가 만든 끈끈한 팀 분위기는 결국 지난해 LG가 그토록 바라던 29년 만의 우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지기도 했다.

 


29년 만의 우승에 성공한 LG 트윈스 / 사진=뉴스1


1988년생으로 김연경과 동갑내기인 김현수는 몸 관리와 은퇴 시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박수칠 때 떠나지 말고 끝까지 해야 한다"며 "어릴 땐 나도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 그 생각을 했다. (그러나) 선배들이 있는 이유가 있었다. (선배를 따라갈 만한) 후배가 나올 때까지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수는 "나도 좀 답답한 게 (지금은) 돈이 들어오는 시대인데 (후배들이) 자기는 나름 열심히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운동선수가 나름 열심히 해서 되나. 안 되면 억울해서라도 해야 한다"며 "우리 때는 동등한 실력이어도 일단 선배가 먼저 (경기에) 나간다고 생각했고, 선배를 뛰어넘어야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후배들도) 그런 생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현수는 "(지금은) 그냥 자리 비워주니까 후배들이 나태하게 여유롭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제는 안되겠다. 운동선수는 뼈가 없어질 때까지 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현수는 후배들이 독한 마음으로 노력하고 발전해 자신의 자리를 뺏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후배들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김현수 / 사진=유튜브 '식빵언니 김연경' 캡처


지난해 LG는 우승의 기쁨을 맛봤지만 김현수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팀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88타점을 기록했지만 3년 연속 3할 타율에 못미쳤고(2021년 0.285 / 2022년 0.286 / 2023년 0.293) OPS도 본격적으로 1군에서 자리 잡은 2007년(0.733) 이후 가장 낮은 0.747을 기록했다.

사실상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낸 김현수는 독한 마음을 품고 스프링캠프에 나섰다.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며 새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김현수는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2연패에 도전하는 LG 선수단에게 "어깨가 으쓱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꼴등으로 내려간다"고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자칭 '슈퍼 꼰대' 김현수의 '착한 잔소리'는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LG 선수단에게 올해도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고 있다.

 


LG 트윈스의 정신적 지주 김현수 /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식빵언니 김연경'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