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기 상대로만 54승' 돌아온 류현진, 'KBO 통산 100승' 제물 누가 될까
2024.02.22 15:59:46

[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한화 시절 류현진.

류현진(오른쪽)이 22일 박찬혁 한화 이글스 대표와 계약을 맺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2012년에서 멈춰 있던 KBO리그 '괴물'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이 12년 만에 친정팀 한화 이글스로 전격 복귀했다.

한화 구단은 22일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 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KBO리그 역대 최고액 계약이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양의지(37)가 두산 베어스로 복귀하면서 체결한 4+2년 총액 152억 원이었다. 이로써 류현진은 만 37세로 올 시즌을 시작해 만 44세(2031년)까지 한화 선수로 출전하게 된다. 만약 류현진이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게 되면 송진우가 기록한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인 만 43세 7개월 7일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기록을 갖게 된다.

류현진은 계약 후 "KBO리그 최고 대우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드린다"라며 "한화 이글스는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고마운 구단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때부터 꼭 한화 이글스로 돌아와 보답하겠다고 생각했고, 미국에서도 매년 한화를 지켜보며 언젠가 합류할 그 날을 꿈꿨다, 그리고 지금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를 믿고 인정해 주신 구단주, 한화 그룹 임직원 여러분, 한화 이글스 박찬혁 대표이사를 비롯한 구단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미국 내 FA 계약 시장이 전반적으로 미뤄지는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리그 복귀 소식을 조금 늦게 전하게 됐다. 한화로의 복귀 시기를 두고 결국 내 기량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될 때, 조금이라도 빨리 합류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지금은 다시 돌아오게 돼 진심으로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다"라고 덧붙였다.

자연스레 2013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LA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약 482억 원) 계약으로 시작됐던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마침표를 찍었다. 당시 KBO 야구 규약에 따라 한화는 LA 다저스로부터 2573만 7737달러 33센트(약 344억 원)의 보상금을 받았는데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11년 동안 왼쪽 어깨 관절와순 수술,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 등 역경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반등에 성공하고 역사적인 이정표를 여럿 남겼다. 2019년 29경기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 182⅔이닝 163탈삼진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올랐다. 2020년에는 12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 67이닝 72탈삼진으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3위에 랭크됐다.


류현진. /AFPBBNews=뉴스1

류현진.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구단 공식 SNS

한국인 투수가 양대 리그에서 사이영상 투표 3위 안에 이름을 새긴 것은 류현진이 처음이다. 토미 존 서저리에서 돌아온 마지막 시즌마저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빅리그 기록을 통산 186경기 78승 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 1055⅓이닝 236볼넷 934탈삼진으로 마무리했다. 이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투수 중 '코리안 특급' 박찬호에 이은 최다승, 최다 이닝, 탈삼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에서는 미국 야구 통계 매체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18.86으로 역대 1위다.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여기서 끝났지만, 2012년을 끝으로 멈췄던 류현진의 KBO리그 기록이 다시 이어질 수 있게 됐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은 2006년 데뷔 후 2012년까지 통산 190경기에 출전해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 1269이닝 1238탈삼진을 기록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KBO리그 통산 100승 기록이다. 류현진은 KBO에서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년 27경기 182⅔이닝 동안 210개의 삼진을 잡으며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음에도 고작 9승(9패)을 챙기는 데 그쳤다. 이때는 팀 타선이 도와주지 않으면서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기록도 깨졌다. 특히 마지막 10승 도전 경기였던 2012년 10월 14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공 129개로 10이닝 4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12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음에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한화가 1-0으로 앞선 7회 강정호에게 동점 솔로포를 허용한 뒤 10회까지 마운드에서 버텼으나, 끝내 1점도 지원해주지 못했다. 그 탓에 류현진의 KBO리그 마지막 승리는 2012년 9월 2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멈춰져 있다.


한화 시절 류현진.

류현진(오른쪽)이 22일 한화 이글스 입단 계약을 맺고 박찬혁 대표이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100승까진 단 2승만 남겨둔 가운데 첫 등판 시점에 따라 어느 시점에 달성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한화는 3월 23일부터 시작되는 LG 트윈스와 잠실 2연전을 시작으로 2024시즌을 시작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3월 23일 LG와 개막전에 등판해 승리를 챙긴 후 3월 29일 대전에서 열리는 KT 위즈와 홈 개막전에서 통산 100승을 수확하는 것이다. 만약 12년 만의 복귀를 기념해 KT와 홈 개막전에서 첫 등판해 99승을 수확한다면 4월 첫째 주 롯데 자이언츠와 대전 3연전에서 100승을 노릴 수 있다.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류현진의 KBO리그 팀을 상대로 한 통산 전적도 화제가 됐다. 류현진은 미국으로 가기 전까지 KBO리그 인기 팀, 이른바 엘롯기(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강했다. LG전에서는 35경기 등판해 22승 8패 평균자책점 2.36, KIA전에서는 24경기 등판해 15승 6패 평균자책점 2.36을 마크했다. 롯데를 상대로는 평균자책점이 가장 높았지만(3.22), LG 다음으로 많은 승수인 17승을 챙겼다. 공교롭게도 류현진의 KBO리그 마지막 시즌은 8개 구단 체제여서 NC 다이노스(2013년 1군 진입)와 KT(2015년 1군 진입)를 상대로는 아직 기록이 없다.

류현진의 2012시즌에서 보여지듯 타선의 도움은 필수다. 지난해 KBO리그 홈런왕 노시환(24)과 베테랑 채은성(34)이 버티는 중심 타선이 돌아온 괴물을 확실히 지원할 계획. 류현진 복귀에 한껏 고무된 한화 선수단은 하루 앞선 21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로 2차 캠프를 떠났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2월 25일)를 비롯해 삼성 라이온즈(2월 26일), KT(2월 28일, 3월 3일), 롯데(3월2일) 등과 총 5차례 연습경기를 치른 뒤 4일 귀국할 예정. 류현진 역시 23일 오전 오키나와로 떠난다.

류현진은 "전력보강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우리 팀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팬 여러분께 올 시즌에는 최대한 길게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뛰겠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나를 믿고 좋은 대우를 해 주신 만큼 다시 한화 이글스의 일원으로 활약해 새로운 기록과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특히 항상 응원과 기대를 해주신 팬 여러분께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팀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