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트라웃 삼진 잡아봤나' 페디, ML 시범경기 복귀전 2이닝 3K 1실점..."첫단추 잘 끼우고 싶었다"
2024.03.04 15:34:50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역수출 신화를 노리는 'KBO리그 MVP 출신' 에릭 페디(31·시카고 화이트삭스)가 2년 만의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복귀전에서 탈삼진 능력을 뽐냈다.

페디는 4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에 위치한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MLB 시범경기 LA 에인절스와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2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2년 만에 MLB 무대로 돌아온 페디는 시범경기 첫 등판의 긴장감 때문인지 경기 초반 어려움을 겪었다. 에인절스의 1번 타자 애런 힉스에게 2루타를 맞은 페디는 후속 타자 놀란 새뉴얼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순식간에 1점을 내줬다.

하지만 선취점을 내준 페디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무사 1루에서 'MLB 현역 최고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을 상대한 페디는 볼카운트 2-2에서 바깥쪽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전매특허 스위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2년 만에 미국 무대로 돌아와 시범경기 선발투수로 나선 페디


페디의 주무기 스위퍼에 삼진을 당한 트라웃


페디는 4번 타자 앤서니 렌던에게 볼넷을 내줘 1사 1, 2루 득점권 위기에 몰렸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5번 타자 테일러 워드를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다시 한 번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자신감이 차오른 페디는 브랜든 드루리를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몸쪽 공을 찔러 넣어 루킹 삼진으로 이닝을 정리했다. 비록 1회부터 실점하긴 했지만 3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KBO리그 탈삼진왕' 출신의 위력을 뽐냈다.

2회 말 마운드에 오른 페디는 로건 오하피와 제이크 마리스닉을 땅볼로 처리하며 쉽게 이닝을 끝내는 듯했다. 그러나 9번 타자 잭 네토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고, 이어 1회 2루타를 맞았던 힉스에게 다시 한 번 안타를 내줘 2사 1, 3루가 됐다. 설상가상 힉스가 2루 도루에 성공해 페디는 2사 2, 3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추가 실점은 없었다. 페디는 새뉴얼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2회까지 44구의 투구를 마쳤다. 이후 투수전 양상으로 전개된 경기는 7회 말 미키 모니악의 결승 투런포가 터진 에인절스가 3-1로 승리했다. 화이트삭스는 3승 8패, 에인절스는 6승 3패의 시범경기 성적을 기록했다.

 


페디는 2년 만의 복귀전에서 다소 긴장했다고 밝혔다.


페디는 경기 후 MLB.com과 인터뷰에서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솔직히 조금 흥분되고 긴장됐다"며 "드디어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흥분된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준비는 돼있었다. 첫 단추를 잘 끼우고 싶었다"고 등판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시범경기 첫 등판을 돌아보며 "이번 스프링캠프 내내 스위퍼에 문제점이 있었는데, 오늘 내 공은 좋았던 것 같다"며 "하지만 커터는 좋지 않았다. 때문에 좌타자들에게 많이 공략 당했다. 실전 치러보니 보완해야 할 부분이 생겼다"고 말했다.

 


KBO리그를 평정한 페디


2014년 ML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8순위로 많은 기대를 받으며 워싱턴 내셔널스 유니폼을 입은 페디는 2017년 빅리그 데뷔에 성공, 이후 2022년까지 6시즌 동안 102경기(선발 88경기) 21승 33패 평균자책점 5.41을 기록했다.

2022년 워싱턴에서 풀타임 선발로 한 시즌을 소화하며 27경기 6승 13패 평균자책점 5.81의 성적을 기록한 페디는 시즌 종료 후 한국행이라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2022년 연봉이 215만 달러(약 29억 원)였던 페디는 KBO리그의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인 총액 100만 달러(약 13억 원)로 연봉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NC와 계약을 맺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페디의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페디는 2023시즌 30경기 180⅓이닝을 소화하며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의 눈부신 성적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수 최초이자 1986년 선동열(39경기 24승 6패 평균자책점 0.99, 214탈삼진) 이후 무려 37년 만에 20승-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페디는 지난해 11월 열린 KBO 시상식에서 다승, 평균자책점, 최다 탈삼진 트리플 크라운과 투수 부문 수비상, 그리고 MVP까지 수상하며 5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한국 무대에서 한 단계 성장한 페디는 MLB 무대에서 역수출 신화를 쓸 수 있을까


KBO리그를 폭격한 페디는 2023시즌 종료 후 선발투수가 필요한 MLB 구단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결국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약 200억 원)의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페디는 화이트삭스에서 3~4선발을 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페디는 '시카고 트리뷴'과 인터뷰에서 탈삼진보다는 이닝 소화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페디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외야수 3명에게 아웃카운트를 맡기는 것이다. 항상 그게 목표다"라며 "시즌이 끝나고 돌아봤을 때 좋든 나쁘든 많은 이닝을 던지고 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시카고 화이트삭스 SNS,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