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스친 공→어리둥절→만세!…끝내기사구는 양의지도 춤추게 한다
2021.07.30 10: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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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후광 기자] 평소 액션이 크지 않기로 유명한 양의지가 천금 끝내기사구에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29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B조 조별예선 이스라엘과의 1차전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6-5 끝내기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2017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스라엘에 연장 10회 결승점을 주고 1-2로 패했다. 공교롭게도 4년이 지나 다시 연장 승부를 펼쳤고, 이번에는 먼저 결승점을 뽑으며 4년 전 패배를 말끔히 설욕했다.

한국은 복병 이스라엘을 상대로 홈런 공방전을 펼쳤다. 3회 전직 메이저리거 이안 킨슬러가 3회 원태인에 선제 투런포를 치자 오지환이 4회 동점 투런포로 응수했고, 6회 다시 라이언 라반웨이가 앞서가는 투런포를 쳤지만, 7회 이정후-김현수가 백투백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오지환이 1타점 2루타로 4-4의 균형을 깬 가운데 마지막 9회 라반웨이가 다시 동점포를 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한국 최고의 포수 양의지는 선발에서 제외돼 2-4로 뒤진 6회 1사 2루서 김혜성의 대타로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다만, 타석에서의 임팩트는 크지 않았다. 대타 타석에서 2루수 땅볼로 2루주자 오지환을 3루로 보내는 데 만족했고, 8회에도 선두로 나와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양의지의 진가(?)는 연장 10회말에 드러났다. 승부치기 규정에 따라 무사 1, 2루가 세팅된 가운데 황재균의 희생번트와 허경민의 사구로 2사 만루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스라엘 좌완투수 조시 자이드가 던진 초구가 양의지의 몸 쪽으로 향했다. 양의지는 주심을 향해 왼손으로 배를 가리켰고, 사구를 인정받자 방망이를 한 손에 든 채로 만세를 외치며 펄쩍 뛰었다. 길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보면 4년 전 ‘고척 쇼크’가 다시 재현될뻔한 경기였다.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세계 24위 이스라엘을 상대로 고전에 고전을 거듭했다. 야심차게 꺼내든 원태인-최원준이 나란히 투런포를 맞았고, 타선은 평가전부터 이어진 득점권 빈타에 잔루가 12개에 달했다. 그리고 마지막 믿었던 돌부처 오승환까지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첫 경기부터 연장 승부치기를 치러야 했다.

양의지는 KBO리그서 액션과 표정 변화가 크지 않기로 유명한 선수다. 능구렁이, 곰의 탈을 쓴 여우 등의 별명을 통해 성향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초구에 끝내기 사구를 맞자 마치 아이처럼 펄쩍 뛰며 기뻐하는 세레머니를 펼쳤다. 상당히 낯선 모습이었고, 그만큼 1차전이 쉽지 않았다는 방증이었다. 과묵한 양의지를 춤추게 한 천금 끝내기사구였다. /backlight@osen.co.kr